2007년 10월 8일 월요일

29. 조암교회

6.25를 겪고 9.28 수도탈환으로 마음을 놓고 있던 서울사람들은
그 이듬해 1월 4일을 기하여 전체가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무역업을 하시던 작은 아버님이 트럭을 한 대 사시는 바람에
20여명의 두 집의 가족들은 트럭에 짐을 싣고 가기로하고
영등포에 있는 대방동으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트럭이 고장이 나는 바람에
근 20여일을 대방동에서 트럭이 수리되기를 기다리다가
너무 상황이 급박해지는 바람에
트럭은 물론이고 모든 짐을 버려둔 채
모두가 걸어서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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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피란 간 곳은 화성군 우정면 호곡리라는 곳으로
일명 버마지라고 불리는 마을이었는데
바다를 끼고 있는 어촌형의 마을인데
마을의 주업은 어업이 아니고 농업이었으며
아주 평안하고 아늑한 그런 마을이었습니다.

그 때 우정면 전체에 교회가 있는 곳은
조암시장 근처 언덕에 있는 조암교회 뿐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을 모시고 십오리 길을 걸어서
교회에 가보니 일반 주택에 조암교회라는 작은 간판이 걸려있었고
안방, 마루, 건너방 식의 일자 집 마루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약 십여명의 교인들이 뫃여서 예배를 드리는데
예배인도는 나이가 지긋하시고 풍채가 좋으신
남자 속장님이 인도하셨습니다.

예배는 아주 경건하고 정중한 마음으로 드리었습니다.
설교를 하시는 속장님의 말씀이
유창한 언어구사를 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예배를 드린다는 감사와 정성만 있을 뿐
속장님의 설교스타일에는 아무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몇달 지났을 때
서울 청량리에서 목장을 하시다가 피란오신 장로교 장로님이
대신 설교를 하시었습니다.

선뜻 강단을 내어주신 남자 속장님의 믿음이
돋보인 것은 그때부터 였습니다.
장로님의 설교는 속장님의 설교보다
훨씬 은혜로웠습니다.

그러나 예배의 사회와 교회의 행정은
속장님이 계속 주관하셨습니다.

피란 생활이 한 2년 쯔음 되었을 때
목사님을 모시고 예배를 드리는 날이 있었습니다.
제암리교회를 담임하시던 목사님이 오시는 날인데
예배장소가 작다고 그 날에는
조암 시장에 있는 마당이 넓은 한옥을 빌려서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날 예배에는 약 50명 이상이 참석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마루와 마당에 사람들이 꽉 차있었고
모두 예수님을 만나듯 목사님의 얼굴을 보려고
기다렸습니다.

요즈음은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1960년대 까지만 하여도 훌륭한 목사님이 오신다고 하면
예수를 믿지 않던 면장이나 인근 마을 유지들이 예배에 참석하여
함께 설교를 듣곤 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깡마른 몸의 늙으신 목사님은
눈물로 예배를 인도하셨습니다.

찬송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시고
기도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시고
설교를 하시면서,
그리고 우리는 들으면서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날의 내용는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 그리고 부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전쟁 중 피란 길에서 모두 고생을 하고 있지만
부활의 주님의 약속을 믿고 힘을 내자는 말씀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목사님과 함께 예배를 드렸던 교인들은
그 훈훈한 은혜스러운 마음이 오래토록 지워지지 않고
간직되고 있었습니다.
5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은혜스러운 마음이
기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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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요즈음
은혜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가면
일주일을 준비하고 기다리신 담임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새벽마다 동네 집근처에 가면 목사님의 얼굴을 보면서 예배를 드릴 수 있고
인터넷과 텔리비젼을 켜면 유명한 목사님의 설교를
골라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 한 것은
지금 현재 우리들의 삶의 모습들이
그 때 그 피란시절 웅기중기 뫃여서 예배를 드리던 때 보다
더 좋아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많은 선지자들을 우리에게 보내셔서
많은 은혜를 베풀고 계신데
우리들과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예전보다 오히려 더 후퇴한 것 같으니 참 이상한 마음이 듭니다.

주님을 사랑하고
예배를 드리려는
우리의 마음이 타락해서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