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4일 토요일

해바라기

찬 바람에 몸을 웅숭그릴 때면
문득
어느 시골 담장에 심겨졌던
키가 껑청한 해바라기를 생각해본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높은 곳에
태양인 양
크고 둥근 얼굴을 노랗게 물들이고서는
가을이 와 모두 쓰러져도
고고하게 하늘을 떠받치고 서있던 해바라기

봄을 준비하는 농부가 밭을 고를 때 즈음이면
모두 베어져
밭두렁의 한 묶음 땔감이 되고 마는 것을

아,
창고 한 옆에 놓인 그릇 속에 잠든
한 됫박의 해바라기 씨가 있어
옛 조상들의 얼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될 때면
쥐똥나무 울타리 간간히 서있던
해바라기들의 멋적은 으시댐을 생각해본다.

2015년 1월 22일 목요일

침묵

그(랍반 가므리엘)의 아들
심온이 말한다.

내 평생 현자들 사이에서 자랐으나
성한 몸을 위해
침묵보다 나은 것은 보지 못했다.

성서해석이 근본이 아니라
행함이다.

말을 많이 하는 자는
죄를 일으킨다.

-선조들의 어록 1장 17-

낮은 곳으로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아래에 있기를 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백성들 위에 있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그 말을 낮추고

백성들 앞에 서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 자신을 뒤로 하여야만 한다.

그러므로
성인이 앞에 있어도
백성들은
해롭다고 생각하지 않고

위에 있어도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덕경 백서본 29장, 왕필본 66장 중에서-

2015년 1월 5일 월요일

새해의 깊은 묵상

나에게
주님같은 사랑이 있을까
평생
배우고 가르쳤는데

나도
주님처럼 용서할 수 있을까
평생
배우고 가르쳤는데

나는
주님 앞에서 대답할 수 있을까
주님께서
나에게 물으신다면

새해의 묵상


새해가 되었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묵은 해보다
더 좋은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
나의 마음과
나의 삶의 방식과
나의 삶의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내게
새로운 해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착각하고 있다

나의 삶이
새롭게 변화되기를 원하는 것인지
더 발전된 삶이 되기를 원하는 것인지

2015년 1월 1일 목요일

겨울 숲

겨울 숲
          - 최천호 목사 -
옷을 벗은 나무들은 
금식 중이다
어머니 자궁 속에서
처음 뛰기 시작한 심장처럼
호흡을 배우고 있다

바람이 멈추어 버린 
저 숲의 끝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거친 숨 몰아쉬며 
쉬지 않고 걸어온 이 길,


겨울 숲 2

도시에서 달려와 
산을 넘는 차가운 바람은 
빠른 걸음으로 달아나는데
옷을 벗은 나무들이
소란스럽지 않으니 
가슴을 열어 내어 준 길이 조심스럽다

사는 것이 사랑이라며
누구에게나 오솔길처럼 함께 걸어주고 
곧게 선 나무처럼 솔직하며
무엇이든 가슴에 품어 보았느냐며
햇살이 내려앉아 쉬고 있는 
겨울 숲은 따뜻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