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2일 수요일

이쁜 마누라 (4)

척추 수술 후유증으로
공원 산책을 못 하는 아내에게

스마트폰 화상통화로
공원 산책을 중계하였다

푸른 숲과 시원한 밤바람은
전하지 못하였어도

함께 거닐고 싶은 마음은
전할 수 있었으리라

나를 만나기 훨씬 전
아내는 뜀박질 선수였다고 한다

기도에 대하여 (2)

몸은 병들어 생활이 힘들고
아이들은 어린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

집을 뛰쳐나가
삼각산 형제봉 내 기도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음 속에 다정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눈을 떠라 !
살며시 눈을 뜨고 기다렸습니다.

무엇이 보이느냐?
기어다니는 개미가 보입니다.

또 무엇이 보이느냐?
소나무가 보입니다.

또?
나무 사이로 뛰어다니는
청설모가 보입니다

너는
저들보다 불행하냐?

아닙니다, 주님!

그런데 무엇이 불만이냐?

나무에게 없는
팔과 다리가 있습니다

개미에게 없는
머리와 지혜도 있습니다

청설모에게 없는
교회와 국가도 있습니다.

아 그날
나는 행복한 존재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
기도가 바뀌었습니다.

자기 전
하루의 삶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날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언젠가
어느 교우가 내게 물었습니다

권사님은
무슨 걱정거리가 없으세요?

글세요
무엇을 걱정해야 되나요?

저는 30년동안
권사였습니다.

기도에 대하여 (1)

북한산 형제봉 오르는 길 중턱에는
두어 평 짜리 작은 기도 자리가 있다

형제봉을 지나
일선사에서 샘물을 마시고
산을 오르면

보현봉 오르는 길 중턱
큰 바위 아래에도
아늑한 기도 자리가 있다

이제는 늙어
산에 오르지 않는다

온 동네가 잠들고
아내마저 깊은 잠에 빠졌을 때

눈 감고 무릎 꿇어
북한산의 그 자리를 생각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주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내가 힘들 때마다
용기를 주시던 말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

주님은 언제나
그렇게 만나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