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4일 토요일

해바라기

찬 바람에 몸을 웅숭그릴 때면
문득
어느 시골 담장에 심겨졌던
키가 껑청한 해바라기를 생각해본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높은 곳에
태양인 양
크고 둥근 얼굴을 노랗게 물들이고서는
가을이 와 모두 쓰러져도
고고하게 하늘을 떠받치고 서있던 해바라기

봄을 준비하는 농부가 밭을 고를 때 즈음이면
모두 베어져
밭두렁의 한 묶음 땔감이 되고 마는 것을

아,
창고 한 옆에 놓인 그릇 속에 잠든
한 됫박의 해바라기 씨가 있어
옛 조상들의 얼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될 때면
쥐똥나무 울타리 간간히 서있던
해바라기들의 멋적은 으시댐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