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
- 최천호 목사 -
옷을 벗은 나무들은
금식 중이다
어머니 자궁 속에서
처음 뛰기 시작한 심장처럼
호흡을 배우고 있다
바람이 멈추어 버린
저 숲의 끝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거친 숨 몰아쉬며
쉬지 않고 걸어온 이 길,
겨울 숲 2
도시에서 달려와
산을 넘는 차가운 바람은
빠른 걸음으로 달아나는데
옷을 벗은 나무들이
소란스럽지 않으니
가슴을 열어 내어 준 길이 조심스럽다
사는 것이 사랑이라며
누구에게나 오솔길처럼 함께 걸어주고
곧게 선 나무처럼 솔직하며
무엇이든 가슴에 품어 보았느냐며
햇살이 내려앉아 쉬고 있는
겨울 숲은 따뜻하기만 하다